1. 구라사와 기요시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떨치게 한 영화
영화 <큐어>는 무려 25년 전인 97년도에 개봉했고 올해 7월 6일부터 재개봉을 시작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제작한 영화인데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도록 초석을 쌓는 계기가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호러물, 야쿠자 물, 예술 영화를 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큐어> 영화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본인이 쓴 소설이 원작이다. 호러물을 좋아하는 감독답게 연출에서 특유의 기괴함과 으스스한 분위기가 잘 풍겨져 나온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이 감독은 <큐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영화 <양들의 침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양들의 침묵>은 90년대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스릴러 명작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또한 소설이 원작인데 미국 소설가 토마스 해리스가 출간했다고 한다. 장르가 범죄, 공포,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등장한다는 점도 상당히 흡사하다. <양들의 침묵>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영화 <큐어>는 대체 얼마 만에 만들어졌을까. 무려 1시간 만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양들의 침묵>을 감상한 뒤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스토리라는 것이다. 1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최면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기괴하면서 긴장감 있는 스릴러 영화를 제작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상당히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 심리 공포극의 대 명작
도쿄 지역에서 가슴 쪽에 X자를 새겨 잔인하게 살해하는 엽기적인 방식의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살인사건은 여타 다른 사건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수법이 잔인해서 악질에 우락부락한 남자가 범인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해자가 다들 경찰, 선생님, 회사원 등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정확히 범행 시간을 기억하지는 못해도 본인의 범행 사실을 부인하지도 않고 인지하고 있다. 범행을 인지하면서도 죄책감 때문에 심각하게 괴로워하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타카베 형사는 범행 수법도 지나치게 똑같은 데다가 가해자들이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 게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의문을 품는다. 사실 일련의 연쇄 살인사건을 사주한 범인은 마미야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라이터 불을 켜거나 물을 이용해서 손쉽게 최면을 건다. 마미야는 그들에게 최면을 걸면서 동시에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외친다. 바로 그들의 불안 요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최면을 거는 것이다. 마미야는 불안 요소를 알아내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면을 통해 그들에게 살인을 사주한다. 타카베는 용의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살이 가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마미야를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타카베가 마미야를 압박하고 마미야는 타카베에게도 최면을 시도한다. 결국 강하게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면에 걸리게 된 타카베는 마미야와 아내를 살해한다. 타카베의 불안 요소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내였기 때문이다. 아내가 정신병이 생긴 게 타카베 본인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마음 한편에 죄책감이 심했었다. 급기야 아내가 아무 빨랫감도 없는 세탁기를 돌리고, 생고기를 먹으라고 밥을 차리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증세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최면에 걸린 타카베 자신의 무의식 속 불안감(죄책감)을 제거하기 위해 아내를 살해한 것이다. 이제 최면을 통해 내면 속 불안감을 유발하는 대상에게 살해할 것을 사주하는 일명 전도사가 마미야에서 타카베로 변했다.
3. 큐어의 의미
큐어는 영어로 표기하면 'cure'이며 치유하다, 치료하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화 <큐어>에서 전도자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억눌려 있는 무엇인가를 봉인 해제시킨다. 즉, 살인은 저지르면서 동시에 무의식 속에 억눌러왔던 분노와 불안감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혹자는 내면에 불안함이나 분노 없이 평온한 사람도 많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갖가지 이유로 누구나 깊은 내면 속에 불안심리는 존재한다. 그것이 진로가 될 수도, 연애가 될 수도, 가족 문제가 될 수도, 건강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남녀노소 재산 유무 상관없이 불안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한다. 누구나 저마다 마음의 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최면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 6명 또한 나름의 불안 요소가 있었을 것이다. 그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단지 몸에 X모양을 새기는 엽기적인 최면의 힘을 빌려 살인하게 된 것이다. 타카베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깊은 내면 속에서는 아픈 아내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죄책감을 증폭시켰다. 아내의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질수록 그 죄책감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불안감도 극도로 커져만 갔다. 아내를 살해하고 평온을 되찾은 타카베의 모습을 보면 역설적이지만 그가 살인을 통해 진정한 치유(cure)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내면의 불안을 해소시키면서 동시에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전도자가 천사에 가까운지 악마에 가까운지에 대해 영화는 내내 관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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