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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리뷰

빌로우 제로 스릴 넘치는 넷플릭스 추천 영화

by 래모낭 2022. 7. 11.

1. 잘 만든 스페인 영화

<빌로우 제로>는 안개 낀 깊은 밤 교관이 악질 죄수를 호송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불의의 습격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필자는 원래 스페인 작품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익숙한 언어들과 달리 스페인어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발상을 바꿔준 작품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이다. 드라마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모든 시리즈물 중에 역대 2위 흥행 기록을 세운 전설의 드라마다. <종이의 집> 출연진들의 낯선 언어로 인한 어색함도 점점 내용이 전개되면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때 이후로 스페인이 영화나 드라마를 잘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비로소 작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화 <빌로우 제로>는 또 다른 역사를 썼다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나타낸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무심코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현실성 있게 묘사해서 홀리듯이 빠져들었고 배우들의 표정연기가 압도적이었다. 단순한 오락이나 폭력, 액션물이 아니었던 것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에게 어떤 문제 상황에 대해 본인이라면 과연 어떻게 해결했을지 질문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필자도 어머니와 같이 시청하였는데 서로에게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2. 죄수 이송 장갑차

영화에서 죄수 호송 차량을 습격하여 운전대를 탈취한 침입자조차 범죄자들이 있는 차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총을 소지하고 있던 사람조차 장갑차를 뚫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군필자들은 대부분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명시해 보겠다. 장갑차란 적의 무기 공격(총)으로 인한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강철판으로 덧씌워 방탄 처리해 놓은 차를 이르는 말이다. 강철판으로 덧씌웠기 때문에 총기의 습격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장갑차는 강철로 뒤덮여 내구성이 강해서 꼭 내부에서 문을 열어야만 바깥사람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악질 범죄자들로 득실 한 곳이라 철통 보안이 필요했으리라. 안에 갇혀있는 이렇듯 어떤 범죄자도 밖으로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죄수 호송 차량은 장갑차를 사용한다.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부에 잠입해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준다는 면에서 장갑차가 일종의 서양 패닉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제아무리 장갑차여도 모든 외부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패닉 룸>에서 외부 강도들은 환풍구를 이용해 독가스를 주입했고 이 영화 <빌로우 제로>에서는 기름을 주입해 화재를 일으켰다. 뿐만 아니다. 이 영화에서 죄수 호송 차량을 탈취한 장본인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자 모두를 죽음의 위기에 빠뜨릴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은 다음과 같다. 한 겨울 추위에 표면의 물이 얼어붙은 한 저수지 한복판으로 차를 몰고 간다. 그러고서 차에 내려 차 주변의 얼음을 긴 막대로 찔러 금 가게 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표면에만 물이 얼어붙어있기 때문에 금이 가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점점 차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외부와 공기가 유입될 수 있도록 설계된 환풍구를 통해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물에 잠겨 익사시키려는 전략이다. 총탄과 각종 무기로는 제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자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갖가지 방법들이 창의적이고 인상 깊었다.

3. 선과 악의 상대적 기준

선과 악은 상대적인 기준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한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 금지옥엽으로 귀하게 키운 딸의 외박을 처음으로 허락한 날에 비극이 벌어졌다. 바로 딸이 나노라는 청년과 그 친구에 의해 잔인하게 학대받고 강간당한 것이다. 나노는 펜치와 담뱃불, 유리병 등으로 잔혹하게 딸을 학대하고 심지어 딸의 시체조차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 아버지는 한순간에 딸을 허망하게 하늘로 보내버린 비극도 모자라 딸의 시신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법은 때때로 정당하지 못해서 나노가 곧 풀려나게 됐다고 한다. 죄수 호송 차량을 탈취한 것이 이 상황을 참지 못한 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사망한 딸의 아버지는 처음에 나노만 보내주면 다들 안전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관을 비롯한 어느 죄수들도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나노를 밖으로 보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교관을 비롯한 다른 죄수들이 어이없이 사망하게 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과연 이들을 사망하게 한 아버지의 행동이 단순히 악한 행동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대사를 들어보면 이미 딸의 아버지는 나노의 친구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 친구는 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은닉한 나노의 공범 친구이다. 나노는 그 사실을 듣고 절규한다. 부모가 없던 자기를 형제처럼 대해준 친구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해서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노가 불쌍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노는 잔인하게 살해했던 살인자였고 끝까지 딸 시신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으며 사이코 패스처럼 웃어댔다. 인성이 선 해 보였다가 악마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선과 악이 영화 보는 내내 변화한다. 누구에게나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선과 악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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