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드라마 리뷰

케빈에 대하여 사이코패스의 탄생과 비화

by 래모낭 2022. 7. 2.

1.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성에게 닥친 원치 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비극

에바(틸다 스윈튼)는 여행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이다. 그녀는 자유롭게 여행하다가 한 남자 프랭클린(존 C. 라일리)을 만난다. 그 둘은 불같은 사랑을 하고 그로 인해 아이가 태어난다. 자유로움을 사랑하던 여자에게 아이라는 족쇄가 생겼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몸을 맡기기로 힘겹게 결정하고 결국 아이가 태어난다. 어떻게든 아이를 양육하려 애쓰는 그녀에게 아이는 그저 신경 쓰이고 짜증 나는 존재일 뿐이다. 지겹게 칭얼거리는 소리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귀가 멀어버릴 것만 같다. 그녀는 아이가 우는 소리보다 공사장 소음이 더 나아서 우는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가지고 공사장에 가서 한숨을 돌린다. 에바의 남편 프랭클린이 아빠로서의 책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를 안아주고 잘 놀아준다.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린 아내의 노고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아이에게 잘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엄마가 갓난아이를 귀찮아한다는 사실을 아이도 눈치챈 것인지 점점 더 커갈수록 엄마에게 적대감을 표시한다. 안 그래도 아이 때문에 본인의 자유를 포기한 엄마 에바는 점점 더 지쳐간다.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은 뛰어난 두뇌로 악랄한 심리작전을 펼쳐 아빠에겐 살가운 아들로 연기하며 교묘하게 에바를 괴롭힌다. 결혼을 앞둔 필자로서는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한 여성이 결혼해서 임신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신체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동시에 몸으로 겪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몸이 망가지고 육아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지며 커리어는 자연스레 단절되게 된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이런 커다란 변화를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여성, 한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에서 엄마로 탈바꿈해야만 하는 혹독하고 잔인한 비극을 나타내는 영화이다.   

2. 사이코 패스 케빈의 탄생과 비화

분명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에바가 아이를 귀찮아한다는 것을 표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세 살 정도 될 무렵 에바는 지난 과오를 잊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살핀다. 최대한 웃으며 아이와 공놀이를 하려 하고 준비물을 챙겨준다. 하지만 케빈은 점점 더 영악한 잔꾀로 아빠 몰래 철저하게 엄마를 곤경에 빠뜨린다. 그중 한 사건은 다음과 같다. 케빈은 일부러 배변 실수를 해서 에바를 화나게 했고 결국 에바가 케빈을 밀쳤다. 하필 팔이 부러져버린 케빈은 병원에 다녀온 뒤 아빠 프랭클린에게 에바가 밀어서 다쳤다는 사실을 숨긴다. 에바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에바에게 약점 하나를 쥐기 위해서 영악한 꾀를 생각해 낸 것이다. 아빠와 있을 때는 순한 양이 되어버리는 케빈이지만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때는 표정부터 싹 바뀌는 케빈을 보고 있노라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러던 중 여동생 실리아(애슐리 게라시모비치)가 태어난다. 점점 더 부모님이 실리아에게 관심을 갖게 되자 케빈은 앙심을 품은 듯하다. 실리아의 애완동물 기니피그를 죽이고, 실리아의 한쪽 눈을 실명시킨다. 케빈은 여동생의 실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안구를 연상케 하는 리치를 경박스럽게 씹으며 즙을 흘린 채 웃는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사이코패스다. 에바는 프랭클린에게 아들 케빈이 문제가 있으니 실리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케빈을 치료시켜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프랭클린 앞에서는 항상 순한 양 같은 아들이었기에 프랭클린은 에바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이 문제로 둘은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3. 사이코 패스 케빈의 끝

에바와 프랭클린이 케빈 문제로 이혼을 결심하게 되자 이 사실을 알게 된 케빈은 갑자기 자전거 자물쇠를 대량으로 구입한다. 케빈은 아빠에게 선물로 받은 활과 화살로 아빠와 여동생을 죽인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 가서 체육관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고 학우들을 쏴서 학살을 자행한다. 앞날이 창창한 학생들을 죽인 죄로 피해자 가족들은 케빈을 저주한다. 하지만 케빈은 소년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은 에바에게 꽂힌다. 아이가 살인자면 살인자의 어머니에게 죄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에서도 직원들의 비난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다. 걸어 다니다가 웬 낯선 유족들이 뺨을 때리며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낯선 사람들이 에바가 사는 집 외벽에 빨간 페인트로 욕을 써놓기도 한다. 악몽 같은 시간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에바는 소년교도소에서 성인 교도소로 이송될 케빈을 만나러 면회 간다. 수척해진 얼굴의 케빈을 보며 에바는 담담한 표정으로 질문한다. "왜 그랬니?" 케빈은 아리송한 대답을 한다. "...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모르겠어." 면회 시간이 끝난 뒤 에바는 케빈에게 다가가 꽉 안아준다.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필자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케빈이 그렇게 잘 따르던 아빠까지 활로 쏴서 죽인 것이다. 누구보다 케빈에게 잘 놀아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줬던 사람이 바로 아빠 프랭클린인데 케빈은 그런 선택을 했다. 대체 왜일까.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서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희생되는 피해자의 아픔과 그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특성을 지닌다. 과연 케빈이 엄마인 에바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다 죽인 이유가 뭘까. 에바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에바의 하나뿐인 소중한 딸 실리아와 프랭클린을 죽인 것 같다. 또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끔 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살인자의 아들이 되기로 결심한 것도 같다. 그래야 에바가 괴로울 테니까. 정말이지 사이코패스라는 정신병은 너무 무서운 것 같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를 앓고 있는 사람이 백명중 한 명 꼴이라고 한다. 앞으로 평생 마주치고 싶지 않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