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정 이입되는 연출로 느끼는 역겨움
<더 팜>은 2018년도에 개봉하여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다. 한 커플이 여행을 하던 도중 음산한 마을에 도착하고 여자는 얼른 그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남자는 숙소에 머물다 가자고 주장한다. 어딘가 모르게 기분 나쁘게 생긴 숙소 주인의 안내에 따라 잘 곳을 배정받고 잠을 청한다. 그런데 커플이 잠든 침대 밑에 한 남자가 잠복하고 있었다. 잠든 커플을 약물로 기절시킨 뒤 철창에 가둔다. 철창에 갇힌 사람들은 이 커플뿐만이 아니었다. 갇혀 있는 다른 사람들은 탈출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갇혀 희망이란 건 잊은 지 오래되어 보였다. 여자들은 억지로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고 남자들은 곧바로 인육 재료로 쓰인다. 그 마을이 사실은 여행객들을 잡아서 가축처럼 다룬 뒤 인육을 먹는 곳이었던 것이다. 여주인공은 나약하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가격 당해 부상 입은 남자 친구를 데리고 탈출을 강행한다. 하지만 곧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자의 발이 덫에 걸리며 손쓸 도리가 없어졌다. 여자는 미안하다며 남자를 두고 도망친다. 결국 마을을 탈출하기 위해 함께 갇혀있던 여성을 데리고 버스에 올라탄다. 하지만 이미 그 버스는 마을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결국 마지막 장면은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케 하는 구도로 끝이 난다. 커다란 상 위에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는데 탈출을 감행했던 여주인공과 함께 갇혀있던 여성이 통구이가 되어 올려져 있다. 연출과 가학 행위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됐고 역겨움까지 느껴졌다.
2. 비건들의 육식 비판 영화
이 영화는 꼭 채식주의자(비건)들이 육식주의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에 하나는 동물 가면이다. 인육을 먹고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사육, 살해하는 마을 사람들이 동물 가면을 쓰고 있다. 동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동물 가면에서 그 동물의 종류는 토끼, 젖소, 돼지, 염소, 말 등이 있다. 이렇게 동물 가면을 쓴 마을 사람들이 사람들을 철창에 가두고 행하는 갖가지 가학 행위가 마치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최근 시청한 적이 있다. 이들은 식단에서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로 전문가들조차 서로를 물어뜯고 비난한다. 육식주의자들은 고기에 온갖 영양분이 풍부하고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내장을 섭취하면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채소, 야채를 비롯한 식물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독을 발산하고 그 독을 장기간 섭취하면 사람의 오장육부가 독소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채식주의자들은 식물성 단백질만으로 충분히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설사 부족한 영양분이 있을 경우에는 영양제로 보충한다고 한다.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들은 여러 시위를 강행한다. 실제로 완전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동물 운동가가 KFC에 난입해서 죽어가는 닭이 불쌍하다며 테러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 영화 <더 팜>은 좁은 철창에 갇혀 억지로 산란을 하고 치킨이 되어버리는 닭들처럼 사람을 대한다. 태어난 아이를 바로 수거해 가는 점, 젖소처럼 여성의 모유를 뽑아내고 도축하여 고기로 만드는 점이 가축을 대하는 점과 비슷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가축의 입장이 되도록 하여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육식 비판 영화가 아닐까 싶다.
3. 희망은 없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끝끝내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영화가 많다. 특히 전체관람가 등급의 애니메이션과 꿈과 희망을 앞세우는 영화들이 그렇다. 결말이 해피엔딩일 경우 시청자들은 시름이 녹아내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라도 된 듯 날아갈 듯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 <더 팜>도 처음엔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여주인공은 함께 갇혀있던 여성에게 자신 있게 소리쳐 약속했었다. 반드시 이 거지 같은 곳에서 꺼내 탈출시켜주겠노라고 약속한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남자 친구는 덫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할 수 없었지만 여주인공은 함께 갇혀있던 여성과 마지막에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유일하게 탈출할 수 있는 버스에 버스 열쇠를 찾아서 탑승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뒤를 돌아봤을 때 수많은 동물 가면을 쓴 마을 사람들을 보고 무력감이 찾아왔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으레 말했듯 탈출은 불가능한 것이구나. 절대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고기가 될 운명이구나라는 절망감이 필자에게까지 느껴졌다. 이들은 특별히 다른 철창 속 사람들과는 다른 요리가 되었다. 마치 절을 하는 듯한 자세로 입에 사과를 물고 통돼지구이처럼 구워져 상 위에 올려졌다. 영화 <더 팜>에서 철창 속에 갇힌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안타까운 결말을 선택했듯이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가축들의 현주소를 낱낱이 밝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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